Essay/월기장

    2024년 2월 - 신뢰 자본

    최근에 개발자의 생산성, 업무에 대한 책임감, 회사에 대한 충성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어느 것 하나 쉬운 주제가 아니다. 하루아침에 만들어질 수 없는 것들이고, 서로 강결합되어 있기도 하다. 그런데 너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적으로 커리어를 쌓아 올리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회사에서 신뢰 자본을 쌓으면서 성장하는 경험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회사 안에서 믿을 수 있는 동료, 믿고 맡길 수 있는 인재로 거듭나는 것이다. 신뢰 자본이 쌓이면 쌓일수록 더 다양한 업무 참여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되고, 어떤 방향으로 업무를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권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궁극적으로 내 커리어를 내가 원하는 ..

    2024년 1월 - 일의 의미

    일해야 해요. 일해야 합니다. 노동을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유쾌하지 않고, 인생을 그렇게 어둡게 바라보는 겁니다. - 1막, 이리나 일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왜 일을 해야 할까? 이번 글에서는 일의 본질적인 의미에 대해서 고찰해보고자 한다. 일이 가지는 여러 가지 의미들을 한 가지씩 살펴보고자 한다. 재미 갓 스무 살 무렵에 '무스쿠스'라는 뷔페에서 10시부터 10시까지 일하는, 이른바 '텐텐' 근무시간을 경험해 본 적이 있다. 씻고 자고 출퇴근하는 시간을 빼면 겨우 한두 시간 정도의 자유시간이 남았었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한 가지 다소 유치하고 단순한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일은 재밌어야 한다! 거의 하루 전체를 소모해 버릴 '일'이라면, 하다못해 그 일을 하는 과정에서라도 즐거움을 찾아야 하지 않겠..

    2023년 회고 <환경 설정>

    아무래도 좆됐다. 그것이 내가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다. 나는 좆됐다. - 『The Martian』 첫 구절 실패한 한 해 2023년의 개발자로서의 나에 대해 종합적으로 따져봤을 때 아무래도 이렇게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겠다.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노라고. 성장의 방향성이 불분명했던 탓에 그 어느 쪽으로도 뾰족한 성장세를 보이지 못했노라고. 대강의 상황은 이러하다. 나는 작년 여름부터 옥외 광고 사업을 하는 회사에 백엔드 엔지니어로 입사해서 일하고 있다. 올해 우리 회사는 시니어의 부재 상황을 겪었고, 레거시 시스템을 아직도 대체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나는 부끄럽게도 레거시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현저히 낮으며, 새로운 시스템 개발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

    2023.11 <괜찮은 척 하지 않기>

    따뜻하지 않은 겨울나기 뭐, 사실 내 블로그에서도 여러 번 언급했고, 설령 이 글을 처음 읽는 분이라고 해도 같은 IT 업계 종사자라면 모를 일이 없겠지만, 요즘 IT 산업들이 전반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다만 내 글에서 조금 더 집중적으로 다루고 싶은 이야기는 이러한 상황을 각자가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잘 대처하고 있는가이다. 요즘 들어서 자주 하게 되는 생각이 하나 있다. 그것은 즉, 아무리 지금의 시장 상황이 어렵다면서 누군가가 얘기해 주고 경고해 준다 한들, 내가 이 상황을 마음속 깊이 통감하고, 위기감을 느끼고, 계획을 세워서, 그 무엇이라도 실천해 나가지 않으면, '어려운 상황에 대한 인지' 자체는 정작 아무 쓸모도 없다는 생각이다. 그렇다. 지금의 내 이야기다. 지금의 나는 어떤가? 역대급으..

    2023.10 <재정비 시간 갖기>

    사이드 프로젝트 포기 7월 15일부터 10월 15일까지, 채용 공고를 크롤링하고 사용자의 직무 및 연차에 맞게 분석해 주는 CLI 애플리케이션을 사이드 프로젝트로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딱 3개월 되던 날에 이 프로젝트를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이유를 한 번 설명해 보겠다. Charm CLI 는 터미널 환경에서 표현되는 TUI(Text-based User Interface)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도록 다양한 도구들과 기능들을 제공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TUI 구현 방법 자체가 생소했기 때문에 라이브러리 사용 방법을 숙지하는 데에만 1개월가량을 소모하게 되었다. (특히 여러 화면 사이에서 화면 전환을 하는 게 어려웠다.) 게다가 그렇게 어렵게 만들어낸 화면이 내 마음에도 들지 않았..

    2023.09 <강제 셧다운>

    코로나 처음 걸려봐요 지난 8월 29일, 감기 기운이라도 도는지 목이 칼칼한 느낌이 들었다. 감기의 전조 현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에 별 감흥 없이 넘겨버렸다. 하지만 다음날 30일 아침, 회사에 출근하려는데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출근하자마자 오후 반차를 내고 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받았더니···, 코로나 확진 판정이 나왔다. 이후 대략 2주 동안 모든 방면에서 능력치가 확 떨어졌다. 격리 권고 때문에 전일 재택 근무를 수행했는데, 업무에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었다. 업무 시간 이후에도 코딩은 커녕 내가 좋아하는 컴퓨터 게임을 할 기력조차 나지 않았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채로 거의 넷플릭스만 보면서 시간을 흘려보냈다. 코로나가 걸린 후 3주가 지..

    2023.08 <태풍이 지나간다>

    업무 정리 최근 우리 회사의 시니어급 엔지니어들이 퇴사하면서 업무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당분간은 시니어 엔지니어 분들에게 배우면서 업무 역량을 키워나가기에는 힘든 환경이 되었다. 우리에게 부여된 비전을 앞으로 어떻게 실현해 나갈 수 있을지 깨닫게 해주고, 앞길을 비춰주고 힘차게 달려나갈 원동력을 부여해주는 선구자 분들이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 사내에 주니어들의 역할이 중요해진 지금, 조금 더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수도 있게 되었다는 얘기다. 마침 어제 참여했던 컨퍼런스 MIND23의 이동욱님 세션에서도 비슷한 얘기를 해주었다. 이동욱님은 ZUM에서 일할 때, ZUM의 기존 시니어 개발자들이 대거 퇴사하는 상황을 겪으셨다. 이동욱님도 위기감을 느꼈지만 '그래도 ..

    2023.07 <더운 여름날 프로젝트와의 추억>

    1년에 1천 시간 몰입 프로젝트 - prototype 『타이탄의 도구들』과 『세이노의 가르침』을 읽고 구상해 본, 1년에 1천 시간 몰입하기 프로젝트를 지난 7월 8일부터 가열차게 시작했다. 1년 안에 1천 시간을 어떻게 채우는가? 계산을 한 번 해보자. 우선 1년은 52주(+1일)로 되어 있지만, 계산의 편의성을 위해 50주라고 가정하자. 혹시 짜투리 15일 쉬기 위해 남겨놨다고 생각했다면 정답! 그리고 일주일 7일 중에서 평일 5일은 회사 업무도 있기 때문에 2시간의 시간을 사용하고, 주말 2일은 자유롭게 시간을 쓸 수 있기 때문에 5시간의 시간을 사용한다. 역시나 계산의 편의성을 위해, 일주일 중에 섞일 수 있는 15일의 공휴일들은 잠시만 나중에 생각하도록 하자. 이렇게 해서 계산하면 1,000시간..

    2023.06 <경배하라, 릴리트를>

    디아블로에 푹 빠진 여름 이번 달 월기장의 시작은 곧장 이실직고 타임으로 가져가야겠다. 6월 6일 현충일에 디아블로 4가 정식 출시한 뒤로 지금까지도 이 게임을 간간이 즐겨오고 있다. 하도 이 게임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강렬해져서 아예 6월 셋째 주에는 학업도 잠시 등지고 이 게임의 엔딩을 보는 것을 목표로 달렸다. 그래서 엔딩을 봤지만 사실 그 이후에도 조금씩 시간을 내어 파밍을 하고 있다. 게임 스토리에는 금욕과 절제를 중요시하는 천사 이나리우스의 세력과, 욕망과 자유를 표방하는 악마 릴리트의 세력이 서로 대립한다. 게임 속에는 이나리우스의 세력이 악마의 유혹에 넘어간 자들을 숙청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그렇다보니 나도 게임 하는 것을 참고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데,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서 게임에 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