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좆됐다.
그것이 내가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다.
나는 좆됐다.
- 『The Martian』 첫 구절
실패한 한 해
2023년의 개발자로서의 나에 대해 종합적으로 따져봤을 때 아무래도 이렇게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겠다.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노라고. 성장의 방향성이 불분명했던 탓에 그 어느 쪽으로도 뾰족한 성장세를 보이지 못했노라고.
대강의 상황은 이러하다.
나는 작년 여름부터 옥외 광고 사업을 하는 회사에 백엔드 엔지니어로 입사해서 일하고 있다.
올해 우리 회사는 시니어의 부재 상황을 겪었고, 레거시 시스템을 아직도 대체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나는 부끄럽게도 레거시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현저히 낮으며,
새로운 시스템 개발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우리 회사는, 자세한 설명을 하기에는 어렵지만 이제 내후년을 보장하기에도 힘든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개인의 성장의 관점에서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새로운 제품을 빠르게 출시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개발 실력을 쌓아 올릴 수 있을 만한 다양한 업무를 맛보기 어렵다.
출퇴근 왕복에 3시간 가량 걸리는 데다가 이번에 전일 출퇴근제로 변경되면서 개인 학습 시간을 확보하기에도 힘들어졌다.
상황의 문제도 있지만 내 문제도 분명히 있다.
회사의 어려운 상황을 함께 헤쳐나가려는 의지가 없었다. 주어진 먹이를 받아먹기에 바빴다.
그리고 내가 올해 공부한 것이 무엇인가?
AWS 자격증을 취득하고, Go 언어를 공부했지만 뚜렷한 결과로 도출된 것은 없다.
도대체 어떠한 방향으로 공부를 이어나가고 싶은 것인지, 학습 로드맵을 나조차도 모르고 있다.
그러니까 그렇다. 올해 개발 농사는 망했다.
목표 설정
최근에 몇 가지 개발자 커뮤니티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다가 어떤 커뮤니티 모임에 참석해서 채널코퍼레이션에 다니는 어떤 분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듣다보니 한 가지 생각이 굳어졌다.
'아무래도 역시, 뭐니뭐니 해도 역시, 대기업에서 일을 해봐야 한다!'
시니어 엔지니어로부터 많은 인사이트를 얻어갈 수 있는 환경, 성능 최적화와 같은 업무 능력 증진에 도움이 되는 작업들,
동료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개발 문화를 경험해 보려면 역시, 소위 말하는 네카라쿠배로 가야 한다.
IT 대기업에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언어나 프레임워크에 대한 공부보다도 문제 해결 능력과 컴퓨팅 사고 능력을 길러야겠다.
하나의 언어를 깊게 파고드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컴퓨터 공학 지식을 쌓는 데에 더 높은 가치를 두어야만 한다.
내 계획은 이렇다.
우선 팀 프로젝트에 어떻게든 참여해서 포트폴리오 용도의 프로젝트를 만들어놓고,
그 이후에 알고리듬에 올인해서 원하는 목표(백준 플레티넘)까지 도달할 것이다.
앞의 목표들을 달성하고 나서는 하루에 한 시간 씩 CS 공부에 투자하면서 오픈 소스 기여에 도전해볼 것이다.
환경 설정
IT 대기업에 가고 싶다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도록 해주는 환경을 세팅해야 한다.
가장 이상적인 환경은 IT 대기업에 현업으로 계신 분들로 둘러쌓여서 바로바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환경일 것이다.
쉽게 단적으로 말하자면, 우테코나 부스트캠프에 들어갔을 때 저 환경과 밀접한 경험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려면 아예 퇴사를 해야하고, 부트캠프에 들어가는 것 자체를 위해 상당히 많은 리소스를 투자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내 상황에서 봤을 때 합리적인 판단이 아니다.
그래서 떠오르는 차선책은 이거다.
멘토링 서비스
인프런의 멘토링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내 상황은 너무 고전적이고 식상한 표현이겠지만 그야말로 '우물 안 개구리'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다른 좋은 개발 문화를 겪어보고 싶고, 다른 엔지니어들이 어떻게 커리어를 쌓아올리고 있는지 알고 싶다.
이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고, 또 앞으로의 내 로드맵을 정리하기 위한 훌륭한 방법이 바로 멘토링 서비스가 아닐까 싶다.
내년에는 주기적으로 멘토링을 받아보면서 계속해서 환경을 조정해 나가자.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퇴사 이후 다시 취준 기간을 가져보는 방안에 대해서도 생각 중이다.
앞서 말한 3시간 가량의 출퇴근 시간과, 업무를 하면서 성장하기에 힘든 상황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어쨌든 회사는 자아실현의 공간이 아니며, 주어진 급여에 맞게 '일'을 해야하는 공간이다.
무턱대고 나에게 의미 있는 일을 하겠다고 요구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환경 설정'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 '퇴사'가 필요조건인지 아닌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중요한 건 당장에 퇴사해버리는게 아니라, 퇴사한 후의 환경이 더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인지 냉정하게 따져보는 것이다.
일단 퇴사에 대한 결정은 내년 3분기까지 유예하기로 했다. 물론 그때까지 안 잘린다는 가정 하에
회사에서 배우는 것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AWS 기술에 대한 숙련도를 끌어올릴 수 있었고, 꽤 많은 프로젝트를 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런 만큼 조금 더 회사에 남아서 일해보고 싶다.
이전과 다르게 주어진 일만 해결하는 것이 아닌, 회사의 비전에 공감하며 함께 성장하는 업무 경험을 찾아내 보고 싶다.
올해 한 것들
개인 공부
- AWS Developer Associate 자격증 취득
- 『따라하며 배우는 AWS 네트워크 입문』 책 공부
- 『Tucker의 Go 언어 프로그래밍』 책 공부
- 채용 정보 공유 프로젝트(1인) 3개월 진행 후 중도 포기
회사 업무
- 플랫폼 인증 시스템 구현
- ERP 프로그램 개발
내년에 할 것들
- 1분기: 『자바 최적화』 스터디 참여 + 코프링 강의 공부
- 2 ~ 3분기: 팀 프로젝트 참여 및 백엔드 개발 진행
- 3 ~ 4분기: 알고리듬 + CS 공부 올인
'Essay > 월기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4년 2월 - 신뢰 자본 (0) | 2024.02.24 |
---|---|
2024년 1월 - 일의 의미 (1) | 2024.01.28 |
2023.11 <괜찮은 척 하지 않기> (1) | 2023.11.24 |
2023.10 <재정비 시간 갖기> (0) | 2023.10.29 |
2023.09 <강제 셧다운> (0) | 2023.09.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