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째 명예의 전당
이 SF 소설은 근래 읽은 책들 중에서 가장 재밌었다.
그래서 내 노션의 Library 페이지에 등록된 39권의 책들 중에서 6번째 명예의 전당으로 선정되었다. 🎉
(이 명예의 전당 탭은 내가 책을 읽고 별 5개를 준 책들이 필터링된다.
그런데 사실 나는 책에 등급을 매기는 것을 그닥 좋아하진 않는다.
그래도 내가 사용하는 노션 템플릿에서 지원하는 기능이니까 한번 활용해 본 것이다. 암튼 그렇다.)
심지어 내가 소설책을 그렇게 좋아하는데도 이 책이 명예의 전당 6권 중 최초의 소설책이 되었다.
뭐가 그렇게 내 마음에 쏙 들었는지 차근차근 살펴보자.
프로그래머 출신 작가
작가 앤디 위어는 무려 15살 때 샌디어 국립 연구소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ASCII 코드를 활용한다거나, 자동화된 프로그램을 활용한다거나 하는
프로그래밍과 관련된 부분들이 심심치 않게 소설 속에 녹아들어 있었다.
그리고 남의 말은 제대로 듣지도 않는데 한 가지에 꽂혀서 심취해 있는 괴짜 프로그래머들의 모습이 또 킬링 포인트였다.
하지만 이런 소소한 것들보다 프로그래머로서 특히 마음에 들었던 점은 바로 극심한 상황에서의 문제 해결 과정이었다.
주인공 마크 앤더슨은 화성 탐사팀의 긴급 탈출 과정에서 낙오되는 바람에 화성에서 장기간 생존 투쟁을 이어가게 된다.
마크 와트니가 온갖 종류의 역경과 돌발 상황들을 지혜롭게 헤쳐나가는 모습들은 이 소설의 엄청난 재미 요소였다.
그런 재미난 요소들을 하나씩 읽어나가다보니 문득,
문제를 맞닥뜨리고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모습이 프로그래밍하는 과정과도 닮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나씩 한 단계씩, 무턱대고 행동하기에 앞서 심사숙고해서 계획을 세우고,
사전 실험을 통해 정말로 안전한지 최대한 검증하고 나서 실행에 옮기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마치 코드 작성에 앞서 충분히 구조를 설계하고, 테스트를 통해 검증하는 프로그래밍의 모습과 닮았다.
그런 장면들을 거듭해서 읽어내려가다보니 나도 프로그래밍으로 어떤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보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
이래서 프로젝트를 할 때 내가 풀고 싶은 문제를 주제로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 같다.
이타심
https://youtu.be/hAWgzLTa3gI?si=MTHT17KRcLdRV60S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동명의 영화 (1차) 예고편 첫 26초 구간에는 '이타심'과 관련된 나래이션이 나온다.
(소설에서도 인상 깊게 읽은 구절이라 내심 반가웠다.)
이 소설을 읽다보면 감성적으로 읽다가도 문득 냉혹한 이성이 정신을 차릴 때가 있다.
화성에 낙오된 단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NASA에서 투자하는 비용이 자그마치 수십억 달러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 스토리는 마크 와트니, 단 한 사람만의 생존 투쟁이 아니다.
NASA 및 관계자들이 1년 6개월이 넘는 장기간에 걸쳐서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프로젝트다.
그리고 마크 와트니의 말대로 괴상한 식물학자 한 명을 화성에서 구출하는 일은 득보다 실이 더 많다.
실패하게 되면 투자한 모든 비용이 무위로 돌아가는 데다가 NASA의 체면도 말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이 비효율적이고 위험천만한 프로젝트는 어떻게든 굴러간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사람들의 '서로 돕고자 하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이 말도 안되는 구출 작전은 '이타심'이 아니면 설명이 안 된다.
사실 뻔한 말 같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론 그만큼 우리에게 중요한 가치라고 느껴진다.
서로가 서로에게 갖는 이타심이 뭉쳐서 따뜻한 사회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화성에 낙오된 단 한 사람을 구출해내겠다는 원대한 결단이 이뤄질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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