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렵지 않은 SF
나는 여태 잘 몰랐는데, 최근 한국에 SF 문학 작품들이 활발하게 나오고 있다고 한다.
사실 나는 SF 장르는 과학의 발전에 따라 시대상이나 가치관이 어떻게 변모했는지,
세계관을 직접 하나하나 세부적으로 설정해야 하니 너무 어려운 장르가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보니 내 생각이 너무 고정관념에 틀어박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마다의 특색 있는 SF 세계관들을 만들 수도 있고, 너무 어렵고 복잡한 것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었던 것이다.
SF는 허구지만 모든 허구는 현재의 은유이다.
- 어슐러 K. 르귄


생각해 보면 SF의 과학 부분은 정말 다양한 것들을 포함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든다.
흔히 생각하는 장대한 우주 과학, 세밀한 기계 공학도 좋지만 지구 과학, 생명 과학, 에너지 과학 등
굉장히 다양한 소재들과 함께 소설들이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니 나도 한국의 다양한 SF 문학 세계로 좀 더 깊이 빠져들어 봐야겠다!
사람은 이따금씩 강렬하게 무언가에 끌렸다.
그게 사람일 수도, 사랑일 수도, 음악일 수도, 물건일 수도 있었다.
그 강렬한 끌림 앞에서는 무엇도 걸림돌이 될 수 없다.
마지막 월급을 전부 꼬라박을 정도의 강렬한 끌림을,
어제 연재는 다 망가진 콜리를 보고 느꼈으리라.
미래의 가난
이 책은 2035년이라는, 그리 멀지 않은 근미래의 한국의 모습을 그린다.
이 책 속의 세상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인간 사회와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로봇들은 인간들의 삶이 더욱더 윤택해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기술 발전의 저변에는 소외 받고 상처받는 사람들이 있다.
이 책의 주인공들인 세 모녀의 모습이 그렇다.
보경은 소방관이었던 남편과 사별한 후, 식당을 운영하며 두 딸과 함께 근근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리움에 사무쳐서 '시간이 멈추어져' 있다.
연재는 가정 형편 때문에 소프트 로봇 연구원이라는 꿈을 접어둔 채 방황하고 있다.
은혜는 척수성소아마비로 두 다리를 쓸 수 없다.
사람 다리와 비교해도 이질감이 없는 자연스러운 기계 다리 수술이 충분히 가능한 시대이지만
수천만 원을 웃도는 기계 다리 부착 수술을 할 수 없어서 휠체어를 끌게 되었다.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이 발전했지만 소외된 사람들의 아픔은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특히 은혜의 이야기를 읽고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일반 사람들은 휠체어를 끌고 다니는 장애인을 보면 불쌍하다고 생각하고 선행을 베풀려고는 하지만
장애인들이 겪는 불편사항들의 근본적인 원인들을 함께 해결해 나가려고 하지는 않는다.
장애인들의 편의를 위해 본인들의 편의까지 희생할 생각은 없다.
그저 본인들의 '선행 욕구'를 채우고자 하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전까지 장애인에 대해 별로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한 가지 깨닫게 되었다.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우리들과 다르지 않다는 '인식' 이다.
그들은 우리들과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우리' 라는 마음으로, 어떻게 같이 살아갈지를 함께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몇천만 원을 웃도는 기계 다리 부착 수술보다 더 필요했던 건
인도에 오를 수 있는 완만한 경사로와 가게로 들어갈 수 있는 리프트,
횡단보도의 여유로운 보행자 신호,
버스와 지하철을 누구의 도움 없이도 탈 수 있는 안전함이었다.
노인과 로봇의 나라
잠시만 다른 길로 새어나가 봐야겠다.
최근에 한 가지 인상 깊은 유튜브 영상을 봤다.
https://youtu.be/pZCcEUoX2i8?si=20BT8zqBU9VHSGiX
'Why Korea is Dying Out' 이라는 충격적인 제목을 가진 이 영상은
한국이 0.8이라는 세계 최하위 수준의 출산율과 함께 얼마나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알려준다.

이 유튜브 영상과 『천 개의 파랑』 의 휴머노이드 세상을 합치면
한국은 정말이지 노인들과 로봇들만이 가득한 나라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게 되었다.
그런 세상이 되면 미래의 한국의 젊은 세대들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열정을 쉽게 포기하게 되지 않을까...?
내 시간은 흐르고 있을까?
책 속의 보경의 이야기를 읽다 보니 나에게 흐르고 있는 시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보경은 휴머노이드 콜리와 함께 '멈춘 시간을 다시 흐르게 하는 법' 을 배운다.
과거의 아픔 속에 영영 갇혀버린 상태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말이다.
그 방법이란 바로, 현재에서 행복함을 느끼는 것이다.
책을 읽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시간은 흐르고 있을까?'
'나는 행복한가?'
최근에 나는 내가 본업으로 하고 있는 개발이 재미가 있는지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고 있다.
그런 와중에 이런 블로그 포스팅을 발견했다.
https://jojoldu.tistory.com/739
가장 좋아하진 않는 프로그래밍
요즘 받아 보는 고민 중에 "가장 좋아하는 일이 프로그래밍이 아니다는 것을 인정하기 힘들다"는 것이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인데, 본인은 시간이 날때마다 그림을 그리는데 그 시간이 너무 재
jojoldu.tistory.com
나 또한 고백하건대, 본업인 개발이 항상 재미있는 것은 아니다.
혼자서 개발하다 보면 척척 진행이 잘 되어 나갈 때는 재미있지만
막히는 부분이 생기면 금방 지쳐버린다.
그래서 요즘 드는 생각은 '함께하는 개발 경험' 을 가져야겠다는 것이다.
요즘 들어서 부쩍 사람 만나는 것이 재미있어지고, 이야기하는 것이 즐거워졌다.
그런 만큼 다른 사람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만들어 보면서 개발하는 재미를 다시 되새기면 어떨까.
그것과 함께 내 시간을 알차게 흘려보내면 어떨까.
죽지 않는 한 시간은 영원히 흐르니까,
잠깐 멈추는 거야 문제도 아니지.
파랑파랑하고 눈부신 하늘
천고마비의 계절, 독서의 계절 가을이다.
나는 올해도 어김없이 가을을 타는지 센치멘탈해지는 기분이 들면서 코딩이 하기 싫어졌다.
본업에 집중하기에는 참 어렵지만 또 한편으로는 좋은 부분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이번처럼 소설책과 함께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면
나 스스로에게 생동감과 행복감을 충족시켜 줄 수 있을 테니까.
그러니 가을에는 소설을 읽자!
『천 개의 파랑』 에서 표현하는 다양한 파랑을 가진 하늘의 색깔과 같이,
나라는 인간을 좀 더 다채롭고 살아있는 인간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콜리는 이 집의 다채로운 소리를 바닥과 벽을 통해 진동으로 느꼈고,
그로 미루어보아 이 집은 살아 있는 집이었다.
투데이가 시속 80킬로미터로 달렸을 때의 진동과 떨림.
그만큼 빠르게 살아가는 진동이 느껴지는 집.
콜리는 이 집에 사는 인간들을 한 명, 한 명 살폈다.
전부 다르고 독특한,
이를테면 파랑노랑 하늘이거나 분홍보라, 초록빨강의 하늘 같은 인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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