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제: 死ぬこと以外かすり傷 (죽는 것 말고는 그저 찰과상)
미노와 고스케란 사람
이 책을 통해 '편집자 미노와 고스케'에 대해서 조금 알게 되었다.
첫인상은 그야말로 엄청난 열정과 실행력으로 맹렬하게 돌진하는 장수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에서도, 회사에서도, 사회에서도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투명 인간만큼은 되고 싶지 않았다. 고등학교 축구부 시절, 3 대 0으로 우리 팀이 이겨도 공격수인 내가 어시스트를 기록하거나 골을 넣지 못하면 분했다. 하지만 전국대회에 나갈 정도의 강호를 상대해서 10 대 1로 완패했을 때는 도리어 내가 골을 넣어 기뻤다.
고등학교 수업 중에는 책상 위에서 거북을 키웠다. 책상 크기의 수조에 모래와 물을 넣었다. 당연히 교과서나 노트를 올려놓을 자리가 없었다. 수업을 거부한 것도 아니고 창문을 깬 것도 아니다. 다만 독특한 세계관을 통한 자기주장이었다.
대학에 진학한 뒤에는 학생증에 벌거숭이 사진을 썼다. 굳이 발가벗고 증명사진 기계 안에 들어가 사진을 찍었다. 그저 머리가 어떻게 된 대학생이었다.
재미있지도, 특별하지도 않았다. 다만 실력도 갖추지 못한 채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시절부터 ‘기타 등등’ 만큼은 되고 싶지 않았다. ‘NewsPicks Book’ 편집장이라는 자리를 맡고 나서야 그 방법이 조금씩 정착되기 시작했다. 그 목적 또한 아주 조금은 세상을 위한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본질은 변함이 없다.
이 책은 이런 미노와 고스케의 실전 경험담이 압축되어 있는 책이다.
미노와 고스케가 어떤 생각, 어떤 자세를 갖추고 성장해왔으며,
또 어떻게 1년에 100만 부를 팔아치우는 편집자가 될 수 있었는지를 알려준다.
'공통계발서'
이 용어는 책에서 나오는 건 아니고 내가 직접 만들어 본 말이다.
자기계발 책들을 그리 많이 읽은 것은 아니지만,
최근에 그래도 『보도 섀퍼의 돈』, 『역행자』, 『타이탄의 도구들』, 『세이노의 가르침』을 읽다보니
이러한 책들에서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들이 꼭 있다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
음, 이러한 부분들을 엮어서 '공통계발서'라고 불러보는 것은 어떨까?
다른 책들을 읽다가도 똑같은 부분을 발견하면, '아, 이 부분은 공통계발서 부분이군!'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공통계발서라고 해서 꼭 나쁜 것은 아니다.
나조차도 공통계발서 부분들이 인생의 방향성을 잡아가는 데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중요한 부분들이라고 생각하며 거기에 동의한다.
아무튼 이 책에서도 발견한 공통계발서 부분은 다음과 같다.
나를 브랜드화해라
겐토샤에 들어간 후 나는 ‘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은 무엇인가’를 아침부터 밤까지 고민했다. 그 일로 기치를 내걸 수 있다면 ‘편집자 미노와 고스케’라는 고유명사를 브랜드화할 수 있다. 내가 입사함으로써 결정적으로 달라지는 무언가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내 존재 가치는 없다.
겐토샤는 본래 문예와 예능 저널로 브랜드를 쌓아 왔다. 그 분야에서 어설픈 결과를 낸다고 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꼼꼼히 살펴보니 겐토샤는 의외로 비즈니스 서적 분야에서는 그다지 강점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경제 뉴스 앱인 뉴스픽스와 협정을 맺고 ‘NewsPicks Book’이라는 새로운 레이블을 설립하게 된 것이다.
실행하기 어렵고 다소 추상적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스스로를 브랜드화하면,
내가 만든 브랜드가 돈을 벌어올 수 있게 된다.
『보도 섀퍼의 돈』에서 했던 말과 똑같다.
회사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 "회사야, 내가 여기 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이는 회사에 헌신하는 과정이지만, 곧 나의 성장을 위해 헌신하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보도 섀퍼의 돈』을 읽고 다시 이 공통계발서 대목을 만났을 때, 나는 회사에서 나를 얼만큼 셀프 브랜드화했는가?
······할 말이 없어진다.
이래서 공통계발서 부분이 좋은 게 아닐까?
이전에 배웠던 부분들 다시 한 번 돌이켜 보면서, 전에 읽은 책을 얼만큼 실천해오고 있는지를 다시 되돌아보는것이다.
그러니 나는 회사에서 어떻게 "나 없으면 안 된다!"를 외치게 될 수 있을지에 대해 다시 한 번 더 고민해봐야겠다.
'일'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
미노와는 AI를 비롯한 자동화 산업의 발전에 따라 삶의 방식과 일하는 방식이 달라질 것이라고 예견한다.
AI와 자동화 산업이 발전하면서,
각국 정부에서는 국민들에게 일률적으로 돈을 주는 기본 소득의 도입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다.
앞으로는 노동 시간이 줄고 돈의 가치가 낮아지면서 일의 보람, 삶의 가치가 더욱 중요하게 여겨질 것이다.
미노와는 앞으로는 모두가 자신의 인생을 걸 수 있는 재미있는 일을 찾아 나서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미노와 편집실'이 이러한 사회적 현상에 대한 산 증인이라고 볼 수 있다.
미노와 편집실에서는 멤버가 돈을 내고 일한다.
하지만 미노와 편집실의 젊은 멤버들에게 일은 노동이 아니라 그야말로 놀이다.
이들은 돈이나 물질이 아닌 즐거움과 보람을 위해 일한다.
더욱 고차원적인 욕망을 채우기 위해 일한다.
그렇기 때문에 멤버들은 언제나 의욕적이고 긍정적이다.
그들은 또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한다.
이 현상에 대해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실 꽤나 혼란스럽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 당장을 살아내야 하는 사람들,
그러니까 기본 소득이라는 것이 도입되기 전에 돈을 안 벌고는 살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통용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꽤나 흥미로운 발상의 전환이기도 하다.
나는 여태 '경제적 자유'를 달성하기 위해 내로라 하는 책들을 찾아서 읽어 왔다.
그런데 돈이 중요하지 않다니?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할 필요가 없다니?
너무 파격적인 제안이라 머리가 띵해진다.
재미있고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을 만한 일을 찾아나서는 시대라니 생각만 해도 낭만적인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또 한편으론 반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미노와 고스케 본인은 미노와 편집실이라는 온라인 살롱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으면서,
정작 하는 말은 돈이 필요 없는 시대가 찾아온다니···.
정말 이를 뭐라고 정리해야 좋을까.
우선은 이번 소감에서 이 현상에 대한 내 생각을 말끔하게 정리해낼 수는 없을 것 같다.
그저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이해, '이런 식으로 살아볼 수도 있겠구나' 하는 감상으로 정리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문득, 개발 살롱이 있어도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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