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지금은 겪을 수 없는 흥미로운 이야기들
이 책은 1980년대에서부터 2000년대까지 소프트웨어 개발 업계에서 일어난 좌충우돌을 담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구태여 겪어보려고 해도 그러기 힘들 경험담들이 많다.
개발이라는 것을 처음 접해 본 지 이제 갓 2년이 된 내 입장에서는 정말 '이런 일도 있었구나' 하는 신기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한정된 디스크 용량과 관련된 이야기들, 듣도보도 못한 각종 기상천외한 버그 이야기들,
그리고 당시 소프트웨어 개발 업계의 분위기까지 많은 것들을 간접 체험해 볼 수 있었다.
2. 하지만 그래서 모든 내용을 온전히 받아들이기에는 어렵다
'소프트웨어의 용량이 70에서 80MB나 먹기 때문에 상용화가 어렵지 않을까'에 대한 이야기는
현시점에서 읽기에 썩 마음에 와닿는 문구는 아니다.
'100Mbit 광대역 서비스가 보편화되면 웹 상에서 워드프로세서나 스프레드시트를 사용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에 대해
논의하는 내용을 읽고서도 별 감흥이 없었다.
윈도우 프로그래밍 같은 부분들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이런 단점은 충분히 감수할 만한 것이었다.
오히려 옛날에는 또 어떤 챌린저블한 문제점들이 있었고,
이를 어떻게 해결해 나갔는지에 대해 논하는 부분들을 읽고 나름대로 배울 점이 있었다.
특히나 개발하기 전에 명세를 작성해야 한다고 강조해주는 부분은, 지금 읽기에도 십분 공감이 가는 내용이고, 배울 점이 많다.
개발자가 왜 명세서 작성을 꺼리는지, 어떤 점이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지,
또 어떻게 명세를 작성해야 할지를 명쾌하게 정리해 준다.
3. 마이크로소프트, 그 회사는 도대체...
책의 저자 조엘 스폴스키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프로그램 매니저로 일한 경력이 있고, 이후 본인만의 사업을 꾸려나갔다.
(몰랐는데, Stack Overflow의 공동 창립자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는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이야기가 정말 정말 정말 많이 나오고,
중간중간에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비난에 대응하는 문구들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좋은 점은, 대표적인 초우량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어떻게 발전해 왔고,
또 어떤 사내 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그 분위기는 어땠는지를 슬며시 엿볼 수가 있다는 점이다.
특히나 엑셀 팀에서는 pcode 라고 하는 독자적인 컴파일러를 사용해서 정시 출시와 우수한 코드 질을 보장한다는 문구에서
마이크로소프트 기업이 가진 프로 정신을 제대로 엿볼 수 있었다.
4. 허술한 추상화의 법칙은 우리 바짓가랑이를 물고 늘어집니다
이 책에서 자주 논하는 내용이다.
많은 사람들이 소프트웨어 설계 방식, 아키텍처 등 '큰 그림'에 대해 논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조엘은 오히려 최저층에서 벌어지는 단순한 동작원리를 자세하게 알아야 한다고 강조해 준다.
점점 더 개발 세계가 API만으로도 개발할 수 있는 세계가 되어 가고 있는데,
사실 경제가 호황일 때는 이러한 현상이 문제가 되지 않지만,
경제가 불황이어서 지원자가 600명이 벌떼처럼 몰려드는 상황이라면,
저수준 작업을 전문적으로 하는 프로그래머가 잘 뽑히게 될 거라는 말이 인상 깊었다.
나 또한 이미 JAVA, Spring이라는, 한껏 추상화가 덧대어진 환경에서 개발해본 경험이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추상화 도구를 쓸 땐 쓰더라도, 내부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하는 노력이 더 필요하겠다.
5. 본받아야 마땅한 유머감각
조엘은 글을 정말 재미있게 잘 쓴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덕분에 독서모임에서 이 책을 읽으며 구절 공유를 올릴 때에도
많은 분들이 재밌어할 만한 구절들을 비교적 손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
(독서모임에 비개발자 분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리고 나 또한 꽤나 분량이 많은 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꽤나 오래전 이야기들을 다루는 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고, 내용에도 더 몰입할 수 있었다.
감히 말하건대, 개발에 대한 내용을 다루면서도 이렇게 재미있게 쓰인 글은 정말 처음이었다.
이 책이 또 블로그 컨텐츠들을 책으로 엮어낸 것인 만큼,
내 블로그에도 이런 유머감각이 스며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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