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갈피를 못 잡게 되어버린 어느 봄날
월기장은 매번 월말에 쓰는 것이 습관으로 굳어졌는데,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이번 달의 중순에 쓰게 되었다.
그 이유는 제목에도 쓰여있듯, 이번에 다니던 회사에서 채용 전환형 인턴으로 입사했지만 채용 전환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실 저번에 2달 동안 취업 준비를 했던 경험을 되살려서 다시 열심히 구직에 도전하면 되는 것이련만,
뭔가 마음이 싱숭생숭해지고 갈피를 못 잡게 되어버려서 이번 기회에 마음을 정리할 겸
월기장을 쓰는 시기를 앞당기기로 결정한 것이다.
1. 계약 연장이 안 된 이유는?
우선 회사에서 말해준 표면적인 이유는 '회사가 아직 신입을 받아들일 여유가 안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해 내가 딱히 뭘 못했던 점은 없었다고도 얘기해줬다.
신입으로서 할 수 있는 만큼은 하고 있었지만 회사에서 이런 나를 성장시키고 적응시키는 데에
필요한 리소스를 투자하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보자면, 그 이유는 내가 아직 실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 같다.
나도 사실 2~3년 일하고 나면 이직을 할 텐데, 회사 입장에서는 그러기 전에 제대로 나를 활용하기엔
어려움이 있겠다는 판단을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2. 이번 인턴 기간 동안 부족했던 점들
나는 현업이 처음이었던 만큼, 많은 부분에서 낯설음을 느꼈고, 또 어리버리하게 행동했던 부분도 많았던 것 같다.
이런 점들이 또한 채용 전환 실패와도 직결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나씩 정리를 해봐야만 하겠다.
2-1.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부족
이번 인턴 기간 동안, 사수 분에게 정말 많은 질문을 드렸으며,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뒤늦게 깨달을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런 질문들을 Slack DM이나 사적인 대화로 해결했다는 점이다.
그러다가 나는 뒤늦게야 Slack의 공개 채팅을 이용해서 질문을 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너무 사적으로만 질문들을 해결하면 팀의 입장에서도 아카이빙이 안 될뿐더러,
팀은 신입이 어떤 점들을 궁금해하는지를 알고 싶어 하는데,
사적으로 얘기하면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정보 수집이 어려워진다는 이야기였다.
이 지적을 받았던 때가 인턴 2개월 중 3주쯤 지나서였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이 이후부터 질문을 잘 정리하여 공개 채널에 올릴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했다.
하지만···, 사실 이때 CTO 님께 안 좋게 찍혔고,
그것에 대한 스노볼이 굴러서 여기까지 오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 그리고 사실 사적인 대화 외에도 또 어떤 부분들은
내가 스스로 직접 해결해보려고 하다가 질문을 많이 안 하게 되었던 점이 문제였다.
너무 간단하거나 사소한 질문의 경우라면 받는 입장에서 힘 빠지는 질문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질문을 망설이고 혼자서 직접 찾아내려고 했던 면이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Team Lead 님이 조언을 해주셨는데, 아무리 사소하게 느껴져도 30분 이상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면 망설이지 말고 질문을 하라고 해주셨다.
그러니 다음 기회에는 정말이지 적극적으로, 잘 정리된 질문을 많이 해봐야만 하겠다.
2-2. 순수한 실력의 문제
회사에는 정말 개발을 잘하는 분들이 많았다.
아니, 사실은 나만 빼고 다들 전문가라고 느껴질 정도로 실력 격차가 격심하게 느껴졌다.
나만 유독 개발 속도가 굉장히 느리고, 이슈 해결에 상당한 딜레이가 있다는 점이 스스로도 느껴졌다.
나는 사실 국비 지원 학원과 코딩 부트 캠프를 거쳐오면서, 스스로가 개발에 대한 눈치가 빠르고,
전공자 분들을 능가할 수 있을 만한 실력과 가능성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 어느 정도 자리 잡아가는 개발 회사를 경험해보다 보니'진짜'들은 따로 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하긴 어찌 보면 정말 당연한 이야기였다.
왜냐하면 어렸을 때부터 개발을 접하고, 개발 공부에 이미 많은 시간을 투자한 사람들은
국비 지원 학원이나 코딩 부트 캠프를 굳이 찾을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작은 우물 속에서 '나 개발 좀 하는 듯?'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이번에 '진짜'들의 모습을 많이 보고 배웠으니, 앞으로는 더 이상 자만하지 않고 겸손하게 더 배워나가야겠다.
2-3. 새로운 기술 스택들
회사에는 내가 직접 다뤄보지도 않았을뿐더러, 잘 알지도 못했던 새로운 기술 스택들이 많았다.
그리고 이러한 스택들에 익숙해지느라 또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Kotlin, Docker, Kubernetes, gRPC, RabbitMQ, AWS SQS, Axon 등등
이름과 개념 정도만 얼핏 알고 있었던 것은 있어도 익숙한 녀석은 없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Team Lead 님이 해주셨던 조언을 따르고자 한다.
이러한 스택들은 정말이지 도구에 불과하다는 이야기였다.
이런 것들을 적용시키는 것은 Document만 봐도 몇 시간이면 손쉽게 적용할 수 있으니
너무 스택에 집착하지 말고, 다만 '이것을 왜 써야 하는지?'에 집중하라고 해주셨다.
다음부터 이 조언을 받아들여서, 프로젝트를 만들 때에도 이유가 확실한 스택을 도입할 예정이다.
2-4. Git과 함께 작업하기
정말 이 부분에 대해서 실수하지 않으려고 상당히 조심했다.
회사에는 master 이외에 holding, dev, stage, dist 등의 여러 브랜치가 있었고
더불어서 gRPC 통신을 위해 proto를 submodule로 관리하고 있었는데,
나는 이들을 적절히 다룰 줄 알아야만 했다.
물론 이런 부분들이 뭐 그렇게까지 난해한 점은 없지만 혹시나 실수해서 배포가 잘못되면 어쩌지,
혹시나 다른 분들의 코드를 덮어씌워 버리면 어쩌지, 하는 마음에 굉장히 조마조마했다.
다행히도 이번 인턴 기간 동안 내가 걱정했던 부분들에 대한 실수는 없었지만
조심하는 만큼 시간을 많이 잡아먹기도 했다.
그랬던 만큼 Git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면밀히 공부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3. 앞으로 개선해나갈 점들
3-1. Dokcer / Kubernetes 공부
이번에 일하면서, 내가 Docker와 Kubernetes에 대한 지식이 거의 전무한 데에 비해,
중요도는 정말 높고, 정말 많은 회사들에서 적용하는 기술이라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심지어 내 사수 님은 Docker가 MSA가 아닌 모놀리식으로 개발하는 회사에서도 사용되고 있다는 얘기를 해주었다.
그런 만큼 나는 '이것이 자바다'를 통해 Java 기본기를 쌓는 것보다도 Docker와 Kubernetes를 하루빨리
익혀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어, 당장에 책과 강의를 구매했고 조금씩 진도를 나가고 있다.
3-2. 사용 목적이 명확한 새로운 스택들 프로젝트에 접목하기
Team Lead 님이 스택들은 도구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를 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런 새로운 스택들을 접하게 되면서 발생하는 타임 로스트를 획기적으로 줄여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업무 기간 동안 나를 어질어질하게 만들었던 친구들을 하나씩 다시 찾아가서
더 친해지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다음 프로젝트를 우선 스택 기반으로 설계하고, 그다음에 도입 이유를 찾아나가는 방식으로
나아가야만 할 것 같다.
(음··· 이 부분은 월기장을 써 내려가다 보니 생각이 조금 바뀌었군)
3-3. 실무 경험이 더더더 많이 필요함
이는 무척 당연한 얘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주제의 논점은 '공부가 더 많이 필요한 것은 당연히 맞지만,
이를 위해서 취업을 마음껏 딜레이 시키지는 않겠다'라는 의미이다.
이번에 경험했던 회사(스타트업 시리즈 B)보다 규모가 더 작을지라도,
어느 정도의 배울 점이 있는 회사라면 그곳에 대한 업무 경험이 너무 소중하고 꼭 필요한 것이다.
그러므로 프로젝트를 만들면서도 이력서 검토 및 제출을 결코 게을리하지 않을 생각이다.
3-4. 다음 회사에서는 더 밝은 모습, 더 적극적인 모습으로
이번 회사에서 나는 다소 소심하고 의기소침해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던 것 같다.
스스로의 실력에 대해 부족함을 크게 느껴서, 이에 대한 자괴감으로 다소 작아지고 약해지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설령 실력의 부족함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다음 회사에서는 그런 모습을 절대 보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못할지라도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려는 태도를 가지면
팀원들이 나를 믿어줄 수 있는 것이고, 이에 따라 의지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커리어 스킬'에서도 말하듯이, 첫인상이 정말 중요하다.
다음에 취업하면 꼭 평소보다 더 사교적이고 친절한 태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자.
정말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개발 외적으로, 소프트 스킬이 진짜 만만치 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 바이다.
4. 이제 커리어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신입이지만 첫 회사에서 2~3년 일하지 못하고 2개월만 일했으니 아직 쌩신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리고 사실 애매하게 2개월의 경력을 채웠기에, 약간 부정적으로 생각하자면 커리어가 꼬였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 부분에 대해서 '오히려 좋아' 쪽으로, 긍정적인 방면으로 생각하고자 한다.
왜 오히려 좋냐면, 신입이 첫 회사에서 바로 2~3년을 일하게 되면 오히려 다른 여러 회사들은 어떻게 일하는지,
이런 궁금함을 해소하기는 다소 어렵고, 그렇기 때문에 시야가 갇히게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다양한 개발 문화, 더 많은 산업군을 겪어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는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취업 전략은 2개월 전과 동일한 방향성으로 가져갈 생각이다.
개발 관련 책 읽기, 기술서 공부, 문제 풀이, 이력서 검토 및 제출 시간을 매일매일 가질 것이며,
여기에 추가적으로 이번에는 프로젝트 제작 시간을 꼭 가져가야만 하겠다.
프로젝트를 꼭 이번 취업 시즌 안에 완성한다는 부담은 덜고,
정말이지 성장을 위한 목적으로 꾸준히 만들어나갈 생각이다.
5. "개발을 계속할 건가요?"
인턴에서의 채용 전환이 아쉽게도 안 되겠다는 통보를 들었을 때, Team Lead 님이 물어봐주셨던 질문이다.
이에 대한 답변은 "Absolutely YES"다.
이번에 일하면서 스스로도 많이 느리고 답답하다는 점을 느꼈지만,
또 한 편으로는 집중해서 일하다 보면 처음에 안 보이던 해결책이 하나씩 찾아지게 되는 그 과정 자체에 재미를 느꼈다.
그리고 나는 지금은 이렇게 일 처리가 느리고 실력이 부족하지만, 언젠가는 능숙해져서 일을 손쉽게 다루고,
또 어떤 이슈들에 대해서는 팀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이를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스스로가 보게 되면서,
더 큰 재미와 더 큰 뿌듯함을 느끼고 싶다.
그리고 사실, 이제 와서 돌아가기에는 꽤나 먼 길을 왔고, 돌아갈 길도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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